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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은 왜 불지옥행성이 되었을까?

금성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행성이다. 초저녁이나 새벽녘 해가뜨기 직전과 직후에 지평선 부근에서 엄청 밝은 행성이 간혹 보일텐데,


그것이 바로 금성이다. 일게이들도 잘 알다시피 금성은 수성 다음으로 태양에 가까운 돌덩어리 행성이며, 지름은 지구와 매우 흡사한 12000 km쯤 된다.


크기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질량, 밀도, 등등 여러 물리적 특성이 지구와 유사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금성을 지구의 쌍둥이 행성이라고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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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이는 금성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기 짝이 없다. 햇빛에 반사되어 금색으로 빛나는 금성을 망원경으로 보면 아마 가스행성과 버금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20세기 초 금성을 관측하던 천문학자들이 진지하게 '테라포밍'을 고려하고 있었을까? 


하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20세기 중반, 우주 탐사선이 최초로 금성 표면에 내려앉아 보낸 데이터는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을 경악케 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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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은 그 아름다운 겉모습과는 달리 상상조차 어려운 내부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금성의 표면은 물한방울 없는 아주아주아주 건조한 환경이었고, 군데군데 화산이 즐비하였으며 표면온도는 무려 섭씨 470도를 웃돌았다.


게다가 대기압은 수심 8~900m부근에 있을 때 받는 압력과 유사한 92기압이었으니.. '지옥'이라는 표현을 금성에 사용하여도 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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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만이 아니다. 금성의 자전과 공전은 매우 이상했다. 금성의 자전주기는 지구 시간으로 243일, 그리고 금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 224일이다.


자전보다 더 빠른 공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렇게 느릿느릿한 자전 탓인지, 금성에는 자기장 조차 거의 없다.


여기서 약간 첨언을 하자면, 얼핏 보면 금성의 하루는 243일로 금성의 1년보다 더 길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금성의 자전은 존나게 느리기 때문에 자전주기와 하루의 길이는 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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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하루를 묘사한 그림 자전주기는 243일이지만 하루의 길이는 그보다 못미치는 117일이다.



자전주기는 행성이 스스로 회전하여 한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 하루의 길이는 태양이 남중한 후 다음번 남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지구는 자전주기가 워낙 짧기 때문에 자전주기=하루길이 라고 생각하면 되지만(사실 약간 다름) 금성은 조오오오온나게 느리기 때문에


금성이 자전을 하여 제자리에 오기 전에 태양이 다시 남중해버리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이는 금성이 시계방향으로 자전하기 때문이기도 함)


이로인해 금성의 실제 하루길이는 117일정도가 된다.(만약 금성이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했으면 하루의 길이는 단순히 계산상으로만 3천일을 넘었을 것이다)


그래서 금성에 사람이 살고있다면 그는 하루 걸러 한 번씩(이틀에 한 번씩) 생일을 맞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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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의 구성성분 역시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92기압에 달하는 금성의 대기의 96.5%를 이산화탄소가, 나머지는 질소, 황산 등이 차지하였고


수증기는 고작 20ppm에 불과하였다. 


우리는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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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선이 최초로 보내온 금성 표면사진



왜 금성은 오늘날 지옥과도 같은 환경이 되었을까? 단지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까이 있어서?


사실 금성이 이렇게 불지옥 행성이 무엇보다도 태양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일차적 요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금성의 대기조성과 수성보다 더 높은 표면온도를 설명할 수 없다. 무언가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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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금성을 나타낸 컨셉아트



나사의 GISS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금성이 과거 약 20억년동안은 지구와 같이 바다가 지표를 뒤덮었을 것이고,


표면온도도 생명체가 거주가능할만한 수준이었다고 발표하였다. 즉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금성은 처음부터 불지옥 행성이 아니었다는 소리다.


그러면 어떻게 금성은 오늘날과 같이 변한 것일까?


이는 아주 간단한 논리전개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금성의 지표에 바다가 있었다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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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은 태양으로부터 약 1억km 떨어져있다.(지구 태양간 거리의 2/3정도) 따라서 금성이 받는 태양에너지는 지구의 2배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양이 막 생겨났을 때에는 그다지 뜨겁지 않았으니깐.


과학자들은 초기 태양은 지금 밝기의 약 70%수준이었다고 말한다.


지구보다 2배나 많은 에너지를 받음에도 태초에 바다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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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태양은 점차 밝아졌고, 이로인해 금성의 표면온도는 서서히 상승하게 된다.


금성 표면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다가 증발하여 수증기가 되었고,


수증기는 그 자체로도 온실가스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만 이녀석이 금성 대기 상층부로 올라가 자외선에 의해 쪼개지기도 했다.(H20 -> H2 + O)


수소는 가벼워서 날아가버리고 산소만 남게 되었는데, 이놈은 또 무거워서 대기중에 머물게 된다. 


그러다가 지표에 있던 탄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게 되는데(O + O + C -> CO2),


이렇게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가속시켰고, 그 덕택에 금성의 표면온도는 더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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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기와 자외선이 만나 산소와 수소가, 산소와 탄소가 만나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표면온도가 더 오르면 바다가 더 많이 증발하게 되고,


이렇게 생긴 무수한 수증기는 그 자체로 온실효과를 더욱 가속시키지만, 어떤 놈들은 상층부에서 자외선에 의해 분리되어 다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결국 물은 거의 한방울도 남김없이 싸그리 증발하였고, 이렇게 증발한 녀석들은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 후 탄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오늘날과 같은 금성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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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을 과학자들은 runaway greenhouse effect, 즉 온실효과 폭주라고 말한다.


GISS 연구팀의 주장이 맞다면 금성은 과거 약 20억년동안 생명체로 번성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온실효과 폭주로 인해 바다가 모두 말라버리고 표면온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여 종래에는 모든 생명체가 멸종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불지옥 행성이 되었겠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금성의 불지옥화에 대한 설명은 꽤나 그럴듯해보인다. 무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니깐.


그런데 금성의 온실효과 폭주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불길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후 변화는 지구에게도 닥쳐올 수 있기 때문이지.


실제로 많은 대기학자들은 20억년 내로 지구 역시 금성과 같은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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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태양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더 밝아지는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이는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혹자는 '인류'라는 존재가 지구의 온실효과 폭주를 훨씬 더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정말로 인류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로 온실효과 폭주가 시작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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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가 현재 받고 있는 태양에너지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30000 ppm쯤 되면 온실효과 폭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00 ppm인걸 감안하면 아직 안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사실 400 ppm이라는 수치도 대단한게, 산업혁명 전에는 300ppm도 안됐으니 20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인류가 100 ppm을 올린 것이다.


단순히 이 추세로 계산하더라도 10만년 내로 30000 ppm을 돌파할테니 자연적으로 폭주가 발생하는 20억년이라는 기간을 엄청나게 앞당길 것만 같다.


하지만 과연 지구에 천만년동안 이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화석연료가 묻혀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조금은 낙관적인 결말을 기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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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인류가 지구상에 있는 모든 화석연료를 소모한다고 하면?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구상의 모든 화석연료를 태워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0 ppm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웃라이어'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에서 등장하는 아웃라이어라는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전체적인 경향을 따르지 않고 특이한 지점에 가있는 녀석을 의미한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싸그리 태워도 임계선인 30000 ppm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우리는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세계적으로 제한하는 것일 테지.



3줄요약

1. 금성도 태초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2. 그러다가 태양이 밝아지면서 온실효과 폭주를 겪었고,

3. 결국 오늘날과 같은 불지옥 행성이 되었다.



출처


https://www.nbcnews.com/mach/science/here-s-scientific-explanation-alien-spaceship-mars-ncna885966


https://phys.org/news/2016-08-nasa-climate-venus-habitable.html#jCp